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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의 제조업 책략(11)- UPH는 생산성이 아니다

관리자
2022-09-01
조회수 124

박정규의 제조업책략(策略)은 ‘아키텍처 관점에 기반한 산업 분석 방법’과 ‘설계와 생산의 흐름’이라는 두 측면에서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개발시대의 고도성장을 지나 급변하는 새로운 산업 사회에서 한국 제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2022년 6월 20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국내 생산 비중 세계 1위 현대차, 생산성·영업이익률은 최하위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기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성이 기대 이하”라고 하면서, 그 근거로 “울산 공장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nits Per Hour, UPH)’는 평균 45대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68대)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즉, 낮은 UPH를 낮은 생산성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기사 내용에 대해서 동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기자가 내세우는 논리구조, 즉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가 생산성 지표라는 근거는 잘못되었다. 만약 기자의 논리구조가 맞다고 한다면 UPH가 25인 광주글로벌모터스(22년 6월 조선일보 기사 참조)의 생산성은 울산 공장의 절반 수준이라는 말도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UPH는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생산성이 무엇이며, UPH가 생산성 지표가 아닌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 UPH가 생산성 지표라는 잘못된 믿음이 한국 제조업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생산성은 ‘입력 대비 출력’

먼저, UPH가 생산성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상식처럼 작용하고 있는지 과거의 기사를 살펴보자.

기아차 조지아공장의 생산성은 한국보다 50% 정도 높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1시간당 생산 대수(UPH)는 44대인데, 조지아공장은 66대이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시간당 73대를 생산한다.
<이코노미 조선, 2011년 7월>

북경현대자동차 2공장은 UPH가 68로 중국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평균인 30~4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생산성이다.
<동아일보, 2012년 4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컨베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느릿하게 돈다. 지난해 자체 통계에 의하면 대당 생산시간(HPV)은 현대차 미국 공장과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이 울산공장보다 약 2배 빠르고, 베이징현대도 1.6배 빠르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위에서 인용한 기사들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 생산성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오해이다.
생산성이란 무엇일까? 생산성이란 입력 대비 출력이다. 여기서 입력(Input)은 생산하기 위해 투입한 요소로,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인자여야 한다. 노동력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출력(산출물, Output)은 경제적으로 유용한 산출물을 의미한다. 즉 생산성을 올린다는 것은 기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노력하여 동일한 입력으로 보다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 내거나, 동일한 산출량을 보다 적은 입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을 구할 때는 입력을 분자, 분모 어디에 두든 상관없다. 즉, ‘생산성=출력/입력’이라고 표현해도 되고, ‘생산성=입력/출력’이라고 표현해도 된다. 일관성만 유지한다면 된다.

 

 

대표적 생산성 지표인 노동생산성을 <도표 1>의 예를 빌어 설명하겠다. <도표 1>에 표시한 A, B 공장은 동일한 제품(가령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A 공장은 100명의 근로자가 10시간 일해서 600대의 차량을 만든다. B공장의 경우 200명의 근로자가 10시간 일해서 800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A 공장의 UPH는 60(=600대/10시간)이며, B 공장의 UPH는 80(=800대/10시간)이다. B 공장이 A 공장보다 UPH가 높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UPH를 계산할 때는 근로자 수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노동 생산성을 살펴보자. 노동 생산성 지표인 UPPH는 투입하는 인력이 일하는 총 시간이 입력된다. 위의 사례에서 A 공장의 경우 입력이 100명×10시간=1000人時(Person Hour)이다. 때에 따라 ‘맨아워’ 또는 공수(工数)라고 표현한다.
A공장의 노동 생산성은 ‘UPPH=0.6(=600대/(100명×10시간))’이다. 하지만 B공장의 경우 200명이 10시간 일하기 때문에 ‘UPPH=0.4(=800대/(200명×10시간))’이다. 즉 위의 예제에서 B공장은 A공장 대비 분명 UPH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LG전자가 UPPH를 생산성 지표로 이용하고 있고, 삼성그룹에서 人·時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문제는 자동차 쪽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노동생산성 지표로 HPV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Hour Per Vehicle’의 약자인데 이 용어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사를 다시 살펴보자.

울산공장의 컨베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느릿하게 돈다. 지난해 자체 통계에 의하면 대당 생산시간(HPV)은 현대차 미국 공장과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이 울산공장보다 약 2배 빠르고, 베이징현대도 1.6배 빠르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12일, 송호근 칼럼 ‘쓰나미 앞에서 춤을’>

여기서 HPV를 ‘대당 생산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공장이 울산공장보다 HPV가 약 2배 빠르다’고 표현하였다. 사실 HPV라는 용어 앞에 ‘M’이라는 글자가 하나 생략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 ‘MHPV(Man Hour Per Vehicle)’의 약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도표 1>에서 나타낸 것처럼 HPV는 생산성 지표로 UPPH의 역수에 불과하다. 위의 사례로 계산한다면 A 공장의 HPV는 1.67이고 B 공장의 HPV는 2.5이다. 노동 생산성이 올라갈수록 UPPH는 같이 올라가고, 그 역수인 HPV는 내려간다는 점만 다르다. 그리고 단위는 어디까지나 시간이 아니라 노동자가 작업을 한 총 투입 시간, 즉 공수(工数, 맨아워, 人時)이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UPH를 생산성으로 착각하거나, 또 자동차 메이커에서 사용하는 생산성 지표 HPV의 단위를 시간으로만 알고 있을 경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빨리 돌리기만 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투자비가 많이 들고, 공정은 더욱 세분화되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도표 1>의 A공장을 다시 살펴보자. 1분에 1대씩 차가 만들어지는 공장이 있다고 하자. UPH=60이면 1시간에 60대를 만드는 공장이므로 작업자는 자신이 담당한 부품을 조립하고 나서 또 다른 차가 오는 시간, 즉 사이클 타임(Cycle Time)이 1분(=60초)임을 의미한다. 작업자는 60초 이내에 조립해야 할 부품을 잡아서 차에 접근해서 부품을 조립하고 다시 자기의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면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부품을 잡는 데 5초, 작업하는 위치로 가는 데 7.5초, 제자리로 오는 데 7.5초, 그리고 순수한 작업에 40초 걸린다고 하자. 60초라는 사이클 타임 동안 순수 조립하는 시간은 40초이다. 순수 조립을 한 시간 40초를 사이클 타임 60초로 나눈 값이 0.67이다.
한편, B공장은 UPH가 80이기 때문에 1시간당 80대의 차량을 만들고 반대로 45초 만에 1대의 차량을 만들게 된다. 즉 사이클 타임은 45초이다. 작업자가 부품을 잡는데 5초, 이동하는 데 15초가 걸리기에 순수하게 조립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5초만 남는다. 순수 조립을 한 시간 25초를 사이클 타임 45초로 나누면 0.56이 된다.



 

생산성이란 결국 공장의 근로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중 부가가치 향상에 투입하는 순수 조립 시간을 최대한 늘려나가는 것이기에 B 공장이 A 공장보다 빠른 공장이지만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표 2>는 근로자의 작업을 부수작업, 부가가치작업, 낭비작업으로 구분하여 표시한 내용이다. 생산성을 올린다는 것은 작업자가 사이클 타임 내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작업의 비율을 올리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현장을 관찰할 때도 <도표2>를 염두에 두면 좋다.
실제 공장에서 노동 생산성은 제품의 크기, 작업자의 숙련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작업자가 숙련공일수록 컨베이어 벨트 속도를 늦추고 많은 작업을 시켜 생산성을 올릴 수 있고, 반대로 단순 작업만 가능한 인력뿐이라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하나의 조립 작업만 할당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빨리 돌릴 수 있다.


 

생산성 향상, 과학적 접근 필요

마지막으로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기사가 만들어 내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먼저 무조건 빠른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한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빨라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컨베이어 벨트를 빨리 돌리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작업을 세분화하고 컨베이어 벨트 옆에 많은 작업자를 배치하여 한두 가지 작업만 하도록 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를 연상하면 된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필요 이상으로 빨라지면 노동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 과거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가 빠른 공장을 만든 이유는 당시 근로자들이 경험이 부족했기에 다양한 작업을 시킬 수 없었던 탓이다.
둘째, 본사와 공장 간의 생산성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발생한다. 보통 공장에서 근무하거나 생산관리를 하는 사람은 UPH가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공장에 근무한 적이 없는 본사 인력은 잘못된 기사 등을 기반으로 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고, 그러다 보니 본사와 공장 인력이 생산성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셋째,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컨베이어 벨트가 빠른 공장을 만들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공장의 사이즈는 증가하고 투자비는 늘어나며, 실질적인 생산성은 그다지 향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생산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월간 품질경영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정규 Glendale 부대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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